Page 112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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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편지 한 통을 건네고 사라집니다. 편지봉투 겉
면에는 열어 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고, 열어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
을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왕은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열
어 보지 않으려 하였으나, 신하 일행이 두 사람은 보통사람이고 한 사람은
임금을 가리키는 것이니 열어 봐야 한다고 아뢰자 망설이던 왕이 편지봉
투를 열어 보니 ‘사금갑射琴匣(거문고 보관함을 쏴라)’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편지에 적힌 대로 왕은 궁으로 들어가 거문고 보관함을 활로 쏩니다. 그
리고 보관함을 열어 보니 자신을 배신한 왕비와 신하가 화살에 맞아 죽어
있습니다. 그 후로 임금은 까마귀를 만난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해서 까마귀가 좋아하는 대추로 약식을 지어 올리고 역모를 알려준 까마
귀의 은혜에 보답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집니다.
불교음식에서 유래한 떡과 유밀과
달을 중심으로 음력을 사용했던 우리 조상들에게 보름은 매우 중요한 날
입니다. 두리둥실 보름달은 풍요를 상징하고 복을 비는 대상이기도 합니
다. 그래서 우리 전통음식에는 달을 닮은 음식들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보
름달을 바라보며 정안수를 떠 놓고 가족의 건강과 나라의 안녕을 빌었던
우리 조상들에게는 음식의 모양과 담음새에도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겼습
니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약식(약밥)은 가정에서보다 떡집에서 접했다는 분
들이 많습니다. 떡집에서 파는 네모반듯하게 썰어 놓은 약식은 전통의 의
미에서 본다면 복이 달아나는 형태의 약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약식은 『삼국유사』에 실려 전해질만큼 의미
가 남다른 음식입니다. 귀한 음식에만 붙는다는 ‘약’ 자가 붙었고, 쌀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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