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P. 12

철 종정 예하께서 1993년 11월 4일에 열반에 드시고 7일장으로 다비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다비장(연화대)은 해인사 산문 밖 3㎞ 지점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큰

          길가에서 다비장까지의 거리는 폭 4~5m에 400m의 외길 언덕으로 이어

          집니다. 개울 건너 반대편에서 출발점을 0m로 하면 종점은 8~9m로 보
          이는 절벽길이 됩니다. 다비장까지는 오직 이 길로만 오르내려야 하는데
          인산인해의 많은 군중이 모인다면 오고 가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외통길

          이 되고 맙니다.

           상주인 상좌들부터 과연 문상객이 얼마나 올지 가늠하지 못하니 다른 어
          른 스님들도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한 3일을 이리 뛰고 저
          리 뛰고 하다가 50m 높이의 다비장에서 서쪽으로 개울을 따라 산언덕이

          낮아지는데 그 개울물에 강 바윗돌을 모아서 넓은 징검다리를 만들었습

          니다. 남쪽에서 올라와 다비장에 예를 표하고 서쪽으로 내려가 징검다리
          를 건너서 500m쯤 내려오면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준비를 했습
          니다. 명정스님께서 당부하신 ‘우리가 모르는 큰스님의 덕화로 인산인해

          의 문상객이 밀려올 때를 대비한 출구’를 겨우 만들어 놓았던 것습니다.

           거화를 하고 한참을 울먹이며 연화대의 불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무 탈 없이 돌아가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거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다비장 바깥 사정이 궁

          금해졌습니다. 주변을 살피는 길에 경찰 관계자를 만났더니, “일대가 온통

          난리입니다. 3㎞의 산길을 메운 인파만 10만여 명, 해인사 인터체인지에
          서 해인사까지 차들이 꽉 찼고, 고령 인터체인지에서 해인사 인터체인지
          까지 신도들의 차가 밀려서 옴짝달싹도 못 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라

          고 하였습니다.



          10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