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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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식을 다 마친 후에 경찰 현장 책임자로부터 “한 사람도 다친 사람
없이, 이슬비 내리는 길에 넘어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이, 다비 행사를 잘
마쳤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편안하고 안전한 나라
이태원 참사를 TV를 통해 목격하면서 30년 전 큰스님의 다비식을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올해는 성철 종정 예하가 열반에 드신 지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마침 음력 2월에 윤달이 들다 보니 30년 전 큰스
님께서 홀연히 입적하신 바로 전날인 11월 3일이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소납에겐 큰스님 다비식 날의 풍경은 어제 일
처럼 여전히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때 만약 명정스님의 ‘동병상련의 우정어린 한마디’를
미처 듣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해인사 다
비장으로 올라가는 400m 낭떠러지 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왕좌왕 엉
켜서 오도가도 못하고 난리가 났을까? 만약 누구 하나라도 넘어지거나 발
을 헛디뎠더라면 아마도 불교사에 치욕으로 남을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큰스님을 모시는 동병상련의 시자로서 ‘모두의 안전’을 생각하도록 힌트
를 주신 명정스님께 늦게나마 감사를 드리며, 우리 모두 평안하고 안전하
게 서로 온기를 느끼며 모든 이웃과 자비를 나누며 사는 나라가 하루 빨리
오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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