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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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불교는
‘죽음의 불교’와 ‘귀신의 불교’였다. 죽을 때 잘 죽는 것과 죽은 다음
에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내가 죽을 때 잘 죽
으려면 잘 살아야 하며, 좋은 귀신이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죽은 귀신을 중시하는 것은 산 사람을 중시하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죽은 귀신의 불교에 대
항하여 산 사람의 불교를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태허의 인생불교는 지금 여기에서 생생히 살아가는 산 사람인 나의 불
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죽은 뒤나 귀신에 중심을 두었
던 중국 전통불교의 폐단을 철저히 없애고자 하는 운동이 바로 인생불교
였던 것이다.
태허의 이러한 입장은 중국 전통철학 전반에 깔린 현실 위주의 인문주
의 사상과 연관된다. 태허의 사상이 전통불교는 물론 유학사상과도 일맥
상통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유학의 창시자 공자 역시 현실 위주의 사상을
강조하였고, 형이상학이나 현실을 떠난 초현실적인 것들에 무관심하였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가 “선생님, 죽음에 대해 알려주십시오.”라고 하자
“삶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답하였고, “어떻게 귀신
을 잘 섬길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사람 섬기는 법도 잘 모르는데 어떻
게 귀신 섬기는 법을 알겠는가?”라고 대답하였다. 자신의 관심이 초현실
적인 것이나 형이상학적인 존재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던 것이다. 중
국 전통철학은 지금 이 곳, 눈앞의 현실에 발 디디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
의 삶에 관심을 두고, 그 현실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이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내가 어떻게 선한 존재가 되어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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