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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렬히 비판하였고, 그러한 욕망의 추구가 상식적· 윤리적인 종교로 불가
능할 경우에는 미신을 이용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언급하
였다. 미신은 상식 밖의 일이나 증명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어떤 사실을
믿는 것으로 종교적으로 초자연적인 일이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절대자를
받드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금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도 종교는 물론 미신까지 권력과 이익을 얻
기 위해 이용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생생히 보고 있다. “미신을 이용한다.”
는 태허의 비판이 이렇게 중요한 일일 줄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통치자들
이 욕망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모습
인가 보다. 종교의 역할이 통치자들의 이익 추구를 위한 것이라면 종교를
민중의 아편이라고 본 포이에르바하의 말은 진리 이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 가족제도가 배양해 온 법맥法脈 제도, 즉 사찰 재산
을 개인적으로 상속하는 제도에 대한 것이다. 태허는 불교 사찰 재산을 개
인적으로 상속하는 제도를 정면으로 반대하였다. 사찰 재산을 개인적으로
상속한다는 것은 불교가 추구하는 공空의 생활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
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사찰이나 교회를 개인 재산으로 보고 상속하는 것은 애초에 종교를 경
제적 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재산의 상
속, 경제적 이익의 추구를 목표로 하는 불교가 시대의 변혁을 위해 어떤 역
할을 할 수 있겠는가. 불교 내부의 변혁이 이루어질 때 사회 변혁을 추구
할 수 있을 것이고, 변혁의 기본은 경제 문제의 해결일 것이다.
둘째, 개혁해야 할 대상을 지목하였다. 불교가 과거처럼 수행의 명목으
로 산속에 있으면서 현실 세계에 무관심한 ‘산山 속 불교’의 형태를 취하는
것을 태허는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속에 숨는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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