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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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지금도 석왕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이 쭉 내
려오다가 S자로 돌아가는 곳에 돌다리가 있고, 그 위에 누각 문이 있어요.
누각에는 해강 김규진이 쓴 것으로 기억하는데 ‘단속문斷俗門’이라는 아주
잘 쓴 현판이 걸려 있어요. 세속의 모든 걸 끊고 여기서부터 참 진리의 세
계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부터 한 7리 쭉 올라가는데, 야트막하
게 걷기 좋은 길입니다. 그 중간쯤에 약수가 나와요. 아주 유명했습니다.
▶ 당시 석왕사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기억하시군요?
그 약수터에는 비바람 피할 수 있는 간단한 건축물이 있고, 거기 들어가
서 맘대로 두레박 같은 걸로 우물물 푸듯이 마셨어요. 그 주변은 약수에 철
분이 많아 붉게 물들었지요. 설악산에 오색약수五色藥水 있잖아요. 규모는
석왕사 약수보다 훨씬 작지만은 조건은 비슷해요. 한 바가지 마시면 그야
말로 설탕 안 친 사이다 맛입니다.
단속문에서 조금 내려가면 절 밑 동
네, 사하촌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원
산 왕래하는 경원선이 있었는데 경원
선 중 가장 높은 지역을 삼방이라고 하
는데 그 곳의 약수가 또 유명했어요 ‘삼
방약수三防藥水’라고 하는데 물이 좋아
서울 사람들도 많이 찾아왔지요.
그래서 사하촌에는 여관들도 많았
어요. 중학교 때 근로봉사 가면 이곳
여관에서 여러 날 유숙했어요. 우리
어머니가 나이 들어서 소화가 안 되
사진 2. 신고산면 삼방약수(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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