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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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의 선지식들 모두 뵈었군요?
다담茶談 시간이나 쉬는 시간, 또 방아 찧을 때, 그때는 떡방아고 고추방
아고 메주방아고 전부 다 밟아 가지고 했어요. 정진하던 스님네들이 오후
네 시에 ‘딱! 딱!’ 방선放禪 죽
비를 치면 원주院主가 울력
목탁을 두 번 쳐요. 스님네들
이 큰 방에서 나와 가지고 그
방아 있는 데 모여요. 방아공
이가 둘이서도 안 올라가요.
네 사람이 붙어야 올라간단
말이요. 교대해야 되니까요.
그때에는 스님네들이 주변 사진 6. 안변 석왕사를 회고하는 인환스님.
에 다 모이지요. 여기서 뭐
재미있는 얘기가 나오고 왁자지껄하고 그래요. 젊었을 때 경험한 얘기들
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나는 방아공이가 올라가면 착 뒤집고~ 이런 일을
하면서 그 얘기를 듣는데 참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기억에 남고 참으로 고마운 어른이 바로 표훈사 주지하시던 원허
스님입니다. 수좌스님들이 금강산에 가면 숙소는 마하연이지요. 선방이니까
거기 가서 한 철, 두 철 공부 안 한 사람은 그냥 요샛말로 ‘그건 간첩이다’하
는 식이었어요. 오가는 수좌들은 반드시 표훈사 주지인 원허스님에게 인사
를 간답니다. 그러면 이 노장님이 대부분이 대처승인 현실에서 부처님의 가
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참선 수행자들에게 적지 않은 차비를 꼭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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