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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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를 만든 사람, 구두를 파는 사람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수고 덕
             택으로 우리가 구두를 신을 수 있는 것입니다. 괘종시계, 집, 옷 등 우리
             주위에서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 덕택이

             라는 것을 알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고,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뜨고
             모든 것에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종교의 심층에서 강조하는
             가르침입니다. 이것이 동학에서 말하는 삼경三敬, 곧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이고, 원불교에서 말하는 사은四恩, 곧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

             률은이라 생각합니다. 기독교에서도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고 했습니다.



                화엄의 법계연기 사상



               그러나 이렇게 상호연관·상호의존을 가장 힘 있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불교, 그중에서도 특히 화엄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

             시겠지만 불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는 연기론緣起論입니다. 초기 불교에서

             는 연기란,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음으로 저것이 없다.”
             는 설명에서 보듯이, 주로 사물이나 사건의 ‘시간적’ 연속성에 중점을 두었
             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연기법은 시간적 원리라기보다 ‘존재론적

             구조’에 관한 것으로 발전했습니다. 일체의 사물이 ‘지금’ 있는 그대로 다

             른 것과의 연관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하게 된 것입니다.
               화엄종은 이런 구조적 연기사상을 법계연기法界緣起라 하고, 주로 상즉
             상입相卽相入이나 이사무애理事無礙, 사사무애事事無礙라는 용어로 설명합니

             다. 이 용어의 구체적인 비유는 『화엄경』에  등장하는 ‘인드라망’입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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