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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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 혹은 제석천帝釋天이라는 신의 궁전에는 끝없이 넓은 그물로 둘러 쳐
져 있고, 그 그물코마다 보석이 달렸습니다. 이 보석들은 서로를 반사하고
있어서 각각의 보석에 다른 모든 보석의 상像이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가 모두를 품고 모두가 하나를 품는다는 뜻에서 일중다一中
多·다중일多中一, 일즉다一卽多·다즉일多卽一,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는 것
입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우리말로 고치면 집이라는 것과 집을 구성하고 있
는 문이나 창문, 기둥, 지붕 같은 부분들의 관계와 같습니다. 우리가 집이
라는 실체를 상정하면 당연히 문이나 창문, 기둥, 지붕 같은 부분을 생각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집이라는 말 속에는 집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뜻
입니다. 이처럼 집이라
는 것과 집을 이루는 문
이나 창문, 기둥 등은
떼려야 뗄 수 없이 상통
하는 관계를 이루고 있
는데, 이를 ‘이사무애理
事無礙’라고 합니다.
다른 한편 문이 없으
면 집도 있을 수 없고,
집이 없으면 창문도 있
을 수 없기 때문에 문에
사진 3. 18세기 영국의 시인 윌리암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 는 창문이 들어 있고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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