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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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는 문이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문과 창문 사이의 관계를 ‘사사
             무애事事無碍’라고 합니다.
               이런 안목을 가지면, 쌀 한 톨 속에는 햇볕이 있고, 비가 있고, 바람이

             있고, 천둥이 있고, 시간이 있고, 공간이 있고, 농부의 땀이 있고, 농부의

             부모가 있고, 그 부모의 부모가 있고… 결국 쌀 한 톨 속에 온 우주가 들어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불교 용어로 하면 티끌 하나에 온 우주가 들
             어 있다는 뜻을 지닌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 됩니다. 결국 쌀 한

             톨도 독립적인 존재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신비주의  시인  겸  예술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시로 읊었습니다.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하늘을 보기 위하여
                  그대 손바닥으로 무한을 붙들고
                  이 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잡아라.




                유기적·통전적 세계관의 유용성


               지금껏 말한 것을 요즘 말로 고치면 유기적(organic)·통전적(holistic) 세

             계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복잡하고 번쇄적인 사상을 알

             아야 하는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유용성을 불교의 교판 문제,
             돈오점수의 문제, 부처님의 성불 체험을 나의 체험으로 여길 수 있는가 하
             는 문제 등 불교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 열거할 수 있지만 우리 범인으로서

             눈여겨볼 수 있는 실용적 이점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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