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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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새롭게 조직된 교리는 스스로가 부처님의 본뜻을 가장 정확하
게 드러내고 있다는 자신감을 장착하고 출현한다. 또 직접 실천하는 입장
이 되어 보면 실제로 그렇다는 확신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
서 불교사에 새롭게 출현한 각각의 교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시대와 상
황에 맞게 되살리기 위한 고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개화한 선종 역시 그렇다. 선종은 부처님 마음과의 직접 접속
을 표방한다. 그 핵심 종지는 돈오견성頓悟見性, 견성성불見性成佛이다. 이
에 의하면 깨달음은 찰나에 일어나며, 그것은 자기의 본성에 바로 눈뜨는
일을 내용으로 한다. 나아가 바로 눈뜨는 순간 그대로 부처가 된다. 빠르
고, 쉽고, 완전하다. 이 돈오론은 6조 스님을 발원지로 삼는다. 여기에서
남종선이 일어나고 다시 남종선은 중국 선종의 대표가 된다. 그러니까 돈
오론은 결국 전체 선종의 영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러한 선종의 돈
오론은 성불에 이르기까지 삼아승지겁에 걸친 수행을 필요로 한다는 교학
의 논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럼에도 돈오성불론은 그 간명함과 통쾌
함으로 다수 대중에게 환영을 받아 천하를 지배하게 된다.
그런데 송대에 접어들면서 이 돈오론에 새로운 단계론이 추가된다. 돈
오 이후 번뇌의 잔유물을 제거하는 보임保任의 단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단번에 깨달으면 바로 부처가 된다는 6조 스님의 돈오론과 충
돌하는 점이 없지 않다. 보임론에서는 이 점을 의식하여 달마스님의 면벽
과 6조 스님의 은거가 번뇌의 잔재를 떨어내는 보임의 실천이었다는 주장
을 한다. 이를 통해 그 교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성
철스님은 이러한 주장을 비판해 마지않는다.
“6조 혜능대사가 5조 홍인대사로부터 인가를 받고 16년 동안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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