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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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일을 두고 ‘5조 회하에서 견성하고 16년 동안 보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망설이다. 당
              시 가사와 발우를 전해 받은 혜능스님을 시기 질투한 무리들은 6

              조를 시해하려고까지 했었다. 그들을 피해 법을 펼 적절한 시절이

              도래하기를 기다린 것이지 부족한 공부를 무르익게 하려고 숨어
              지낸 것이 아니다.”



                                       사실 6조 스님의 16년 은거에 대해 부족

                                     함을 보완하는 보임수행으로 보는 것은 일
                                     종의 추측에 해당한다. 그래서 성철스님
                                     은 이것을 ‘망설’이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성철스님은 돈오 이후 번뇌의 잔재를 떨어

                                     내는 수행으로서의 보임이 필요하다는 주
                                     장에 극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사진 1.  남화선사에  봉안된  육조대사    보임에 대한 논의 자체를 버리지는 않는
              육신불.
                                    다. 왜일까?

           보임이라는 용어가 송대 이후 선사들의 설법에 자주 보이는 것은 분명
          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 보임에 대한 설법을 살펴보면 보호[保]를 강조하는
          입장과 맡겨 둠[任]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나뉜다. 보호를 강조하는 입장에

          서는 돈오 이후에도 번뇌의 관성이 남아 다시 미혹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본다. 만약 그렇다면 깨달음 이후의 수행이 꼭 필요하게 된다. 이 경우 보
          임은 돈오점수론의 점수와 같은 일이 된다. 이에 비해 맡겨 둠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다. 무엇인가 보호할 것도 없고, 그것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무심삼매의 실천이 보임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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