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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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 원오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 가운데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당장 그 자리에서 나

                  무나 돌처럼 무심한 사람과 같아야 하며, 바보나 멍청한 사람과 같

                  아야 한다. 뛰어난 견해의 마음조차 내는 일 없이 잘 양육해 나가
                  야 한다. 삶과 죽음을 보되 극히 한가한 사람과 같이한다면 바로
                  조주나 남전, 덕산이나 임제와 보는 자리가 같게 될 것이다. 간절

                  히 스스로 보임하여 마음이 일어나는 일도 없고 인위적 닦음도 없

                  는 크게 안락한 경지에서 평온하게 지내야 한다.”

               원오스님은 이렇게 마음이 일어나는 일도

             없고[無生] 인위적 닦음도 없는[無爲] 한가하

             고 안락한 삶 자체를 보임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깨달은  뒤  오매일여의  무심삼매로
             일관했던  성철스님의  삶과  완전히  일치한

             다. 그래서 『선문정로』의 ‘보임무심’에 대한

             설법을 하면서 거의 모든 인용문을 원오스
                                                       사진 2. 원오극근 선사.
             님에게서 가져왔던 것이다.



                지키는 보임과 맡기는 보임



               원오스님의 법을 이은 대혜스님도 같은 입장이다. 그래서 보임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눈에 낀 백태와 같다는 귀종스님의 견해에 완전히 동의한

             다. 대혜스님에게는 보임과 관련된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하나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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