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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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적 존재로 구분하지만 둘은 연결되어 있다. 기능성이 잘 발휘되는 것이
          가능성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 가지 차원에서 기능성이 잘
          발휘되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

          간으로서의 가능성은 인간으로서의 기능성이 극도로 발현된 것이다. 기능

          의 발현이 곧 가능의 실현이 된다.
           진리론의 차원에서 고에 대한 심리치료적 해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
          다. ‘아리야ariya’ 에 대한 해석을 ‘고귀한’, ‘성자의’ 두 가지로 하였는데, 이

          때의 아리야를 방향을 의미하는 도구격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고

          귀함으로 나아가는’, ‘성자로 나아가는’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렇게 되면, ‘고’는 고귀함으로 나아가는 진리가 되고, 성자로 나아가는 진
          리가 된다. 즉 ‘고라는 고귀함으로 나아가는 진리’, ‘고라는 성자로 나아가

          는 진리’가 된다. 이렇게 되면 고는 단순히 괴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

          라, 고귀함으로 나아가게 하는 유발자trigger로서의 고苦가 된다. 즉 고는
          더 이상 범부의 고, 괴로움 자체가 아니게 된다. 고는 진리로 나아가게 하
          는 촉진자가 되고, 고는 멸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선어禪語에 두두물물頭頭物物이 깨달음이 된다는 말이 있다. 모든 현상

          이 진리로 나아가게 하는 유발자가 되고,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촉
          진자가 된다. 그에 따라 고에 대한 우리의 해석도 달라지게 된다. 고는
          멸을 향해 나아가는 부정적 현상이 아니라 촉진자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

          게 된다. ‘도道’는 무위법을 추구하는 유위법이 되듯이, ‘고苦’도 역시 무

          위법을 추구하는 유위법이 된다. 사성제의 처음과 마지막인 ‘고’와 ‘도’가
          모두 무위법이라는 멸로 나아가도록 촉진하는 자, 멸로 나아가는 방법론
          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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