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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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이라는 현실과 붓다가 새롭게 성취한 멸이라는 현실은 사실이라
             고 할 수 있다. 고성제와 멸성제는 사실과 대응하는 대응론적 진리 개념에
             서의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

             을 제시하는 집성제와 도성제는 정합론적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

             인과 결과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고와 집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
             에서 정합론적 진리라고 할 수 있고, 결과와 방법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멸과 도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합론적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성제에는 서구에서 이야기하는 두 가지 진리 개념이 모

             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진리 개념에는 두 가지를 넘어서 또 하나의 진리 개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붓다가 사성제를 삼전십이행상三轉十二行相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듯이, 이를 실천함으로 이루어지는 진리의 개념이다. 대응적이고

             정합적이라는 관점에서 사성제를 진리라고 하지만, 붓다는 이를 넘어서 이
             것들을 철저하게 알고, 제거하고, 실현하고, 실천할 것을 주문한다. 이렇
             게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진리를 ‘실현론적 진리(realization theory of truth)’

             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진리는 실현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진리, 실현함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진리를 말한다. ‘진리(sacca, satya)’에서 ‘삿sat’은 존재라는 의미를 가
             진다. 진리와 존재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진

             리, 참이라고 하는 것이다. 진리와 존재의 밀접한 관련성 때문에 진리에 대

             한 네 번째 개념이 나오게 된다. 이렇듯 불교에서의 진리는 서구의 두 가
             지 진리 개념을 포함하는 동시에 불교 특유의 진리 개념이 더해진다고 할
             수 있다. 포괄론적 진리와 실현론적 진리는 불교 고유의 진리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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