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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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론
진리는 인간의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진리를 고정불변의 진리라고 보는
관점도 있을 수 있지만, 불교적 관점에서의 사성제에 기초한 진리는 인간
의 진리이다. 인식주체에 따라서 다양한 진리가 가능하겠지만, 사성제가
제시하는 진리는 인간의 진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성제를 인간의 진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진리는 인간과 밀접한 연관
을 가지게 된다. 존재론이 연기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인식론이 세계론
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처럼, 진리론과 인간론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사성제에서 ‘고’를 해석할 때, 어원적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러한 상태를 전제하고 다양한 차원에서의
고가 성립한다는 것을 고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서 볼 수 있었다.
진리가 인간의 진리가 되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 현실이 가능해진다. 고
라는 현실과 멸이라는 현실이다. 고를 ‘기능’에 중점을 맞추고 바라보면,
인간은 잘 기능하는 존재와 잘 기능하지 못하는 존재로 나뉠 수 있을 것이
다. 즉 인간은 기능하는 존재가 된다. 멸이라는 새로운 현실의 관점에서 보
면 인간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존재와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존재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즉 인간은 목표의 실현가능성에 따라 나뉘어서 볼 수
있다. 인간은 가능적 존재가 된다. ‘기능적 존재(functional being)’와 ‘가능적
존재(potential being)’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현실이 된다.
보통의 인간을 오온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기능적 차원에서 인간을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육체적인 차원에서 기능하는 존재이면서 정
서적 차원에서 기능하고, 사고적 차원, 의도적 차원, 인식의 차원에서 기
능한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심신이원론이 아니라 색수상행식 오원론五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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