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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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1호 | 풀어쓴 『선문정로』 16 |   한  젊은  수녀님이  법정스님에게

                                         질문을 한다. “종교적 실천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이렇게나 많다. 산속에서

                                         참선만 한다면 종교적 책임을 저버리
          오매일여                           는 것이 아닐까?” 자기의 고민을 담

                                         은 진지한 종교인의 질문이었다. 법
                                         정스님은 이에 한참 침묵하다가 대답
          강경구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                   한다. “그래도 해야 됩니다.”



                                           불교의 생명은 수행



                                           당시 그 수녀님의 대학원 지도학

                                         생으로 함께 불일암을 찾아갔던 한
                                         교수님에게 들은 얘기다. 나는 이 이
                                         야기에서 감동을 느낀다. 불교의 사

                                         회적  실천에  헌신했던  법정스님이

                                         다. 그러면서도 법정스님은 철저한
                                         수행승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서 법정스님의 침묵은 길고

                                         긴 서론과 본론의 축약이다. 그리고

           강경구   현재 동의대학교 중국어학과          그 결론이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것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도서관장을 맡
           고 있다.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에 최대         이었다.
           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수행자로            사실 법정스님도 성철스님에게 똑
           서의 본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같은 것을 물은 일이 있다. 수차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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