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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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래서 원행지라고 부른다. 새로운
여행은 지금 도착한 이 전망 좋은 자리
를 유감없이 떠나는 일로 시작된다. 그
러려면 용기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더
욱 애쓰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애쓰다 보면 꿈조차 없는 숙
면시에도 화두가 또렷한 경계가 나타
나게 된다고 얘기된다. 오매일여寤寐一
如다. ‘개가 뜨거운 기름 솥을 앞에 두
고 핥지도 못하고 떠나지도 못하는 것
과 같다’고 비유되는 경계이다. 이러한 사진 3. 태고보우 스님.
멸진정滅盡定의 자리에서 선지식의 한마디가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인연
이 성숙했다면 여러 전등록傳燈錄에서 전하는 것과 같이 말끝에 깨닫는 기
연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이 기적 같은 순간의 기록만을 보고 스승을 잘 만나기만 하면 단
번에 깨닫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깨달음은 로또 당첨
같은 요행이 아니라 필연이다. 알 속의 병아리가 준비가 되어 있을 때라야
바깥의 어미 닭의 도움을 받아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수행이 충
분히 익어 오매일여가 되어야 스승의 마지막 말씀이 무쇠를 황금으로 바
꾸는 신묘한 묘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매일여는 깨달
음의 필수조건이다. 성철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니 태고스님도 오매일여를 거쳐 대오하고 인가받았던 것이
다. 철저히 깨쳤더라도 오매일여가 되는지 점검해야 하며, 또 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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