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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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먹빛의 노보리수 염주가 되었다.
“염주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염주의 최종 완성은
불자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죠. 따듯한 손길로 염주를 계속 만
져 주면 고운 윤택이 납니다. 손길이 닿지 않는 염주는 소용이 없
어요. 장식용으로 걸어만 놓으면 거기에서 생명력이 멈추어요. 끊
임없이 사용되는 염주는 사람과 호흡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빛을
발하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색으로 변모하지요.”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염주이지만 쓰이는 손길로 완
성된다는 손중석 장인의 말이
인상적이다. 보리수라는 같은
나무에서 나고 자라지만 영글
어 보리수 염주 알이 되기도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기도 한다. 보리수 염주가 되
사진 11. 곱게 완성된 보리수 염주.
어도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불심 가득 물들기도 하고, 자동차 백미러의 장식용의 삶을 살기도 한다.
불자라면 염주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염주
는 사용하는 사람의 쓰임과 마음에 따라 무용無用한 물건이 되기도 하고 삶
을 동반하는 교감交感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은 과한 집착이라 그 또한 부처님의 뜻이 아닐 테고, 좋은 친구로 곁에 두
고 함께 온기를 나누는 사이로 지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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