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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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아래서 무상정각無上正覺 을 성취한 뒤에 녹야원鹿野苑으로 다섯 비
구를 찾아가 맨 처음 하신 말씀은 “나는 중도를 바르게 깨달았다.”는 중도
선언이다. “마음을 깨달았다”느니 “불성을 깨달았다”느니 하는 그런 표현
을 쓰지 않으시고 “나는 중도를 바르게 깨달았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최초의 법문이다. 스스로 말씀하시길 “중도를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고
하셨으니 중도가 무엇인지 알면 곧 성불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양극단에 떨어지지 않는 중도를 설명하는
데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불생불멸중도不生不滅
中道이다. 생과 멸을 따르지 않는 우주의 근본이치가 바로 중도이고, 이는
또한 ‘불성佛性’, ‘법성法性’, ‘자성自性’, ‘진여眞如’, ‘법계法界’, ‘마음’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중도란 곧 마음자리를 말하는 것이고, 중
도를 깨쳤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자리’, ‘근본자성’을 바로 보았다는 말로서
이것을 견성見性이라 한다. 따라서 견성이란 근본 마음자리를 확연히 깨
쳐, 즉 중도의 이치를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한데 요즘 항간에서 견성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견성
의 본뜻과 거리가 먼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자면 유럽을 여행하다가 일
본인이 운영하는 선방을 견학하고 온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많은 유럽인들이 선방에 모여 참선을 하고 있는데, 찬찬히 둘러보니
그 좌석배치가 견성한 사람의 좌석과 견성하지 못한 사람의 좌석으로 나
눠져 있더라고 한다.
1) 부처님의 깨달음을 일컫는 말로서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고
도 한다. 이보다 뛰어난 깨달음은 없으므로 무상無上, 치우침과 삿됨을 여의었으므로 정正, 진리를 깨
달았으므로 각覺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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