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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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건 견성이 아니다. 더 이상 배우고 익힐 것이 없
             는 한가로운 도인, 해탈한 사람이 되기 전에는 견성이 아니다. 이것이 『선
             문정로』의 근본사상이다.




             참선 중에 만나는 기이한 체험에 현혹되지 말라


               요즘 견성했다는 사람이 도처에 있어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도 혹 견성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

             게도 그런 이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오곤 하는데 난 그런 이들을 전혀 인정
             하지 않는다. 혹자는 “분명히 견성했는데 저 노장이 고집불통이라 인정하
             지 않는다.”며 불평하는데, 그건 견성병見性病이 골수에 사무친 것이지 진

             짜 견성한 것이 아니다. 내가 괜한 심통을 부려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

             이 아니다.
               보잘것없는 개인적 체험과 견해를 견줘 우열을 다툴 이유가 없다. 나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부처님과 대조사스님들을 재판관으로 삼고 판결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스스로 불자라 자부한다면 부처님과 대조사스님들의

             말씀을 표방해야지 소소한 사견을 내세워 불조를 능멸해서야 되겠는가?
             그건 터럭 하나로 허공과 견주려 들고 물방울 하나로 바다와 견주려 드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니 혹 참선을 하다 나름대로 기특한 견해가 생기고

             기이한 체험을 하더라도 그걸 견성으로 여겨 자기와 남을 속이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한 올의 터럭 한 방울의 물이라 여겨 아낌없이 버리기를 간곡
             히 당부한다.


                       - 성철스님의 책 『옛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 』(장경각, 2007)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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