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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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죠. 일을 하는데 불편한 것도 그렇고 불
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참기 어려웠어요. 한참을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방황하다 저보다 힘든 상황의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었어
요. 그들이 나보다 더 험한 일을 꿋꿋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반성하였지요. ‘나의 고난은 감당이 가능하겠구나. 더 열심히 살아
야겠구나’ 하고요. 그렇게 일을 계속 이어오게 되었고, 지금은 마
음도 편안하고 삶을 이해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가족을 위해 창호를 만들다
주름진 김순기 소목장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갑자기 보이고 싶은 곳
이 있다며 자리를 옮긴다. 일만큼 가족과 가족의 공간도 소중하게 생각한
다는 그는 본인의 집으로 필자를 이끈다. 분명히 밖에서 보면 평범한 양옥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새로운 모습의 공간이다. 전통 한옥식 문
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무늬의 창호들을 종류별로 볼 수 있다.
화장실 문은 사찰에서 주로 쓰는 꽃살문이고, 안방 문은 임금님의 공간
인 강령전과 같은 문살이다. 소목장의 집은 실용성을 더한 창호박물관 같
다. 꽃을 좋아하는 부인은 마당에 철따라 피는 꽃나무를 가꾸고, 선생이 직
접 만든 다양한 문살들은 꽃들의 담장이 되어 준다. 이 가족이 얼마나 오
순도순 정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집안의 분위기가 충분히 말해 준다.
그는 창호를 짜는 목수라는 데 누구보다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한민
국에서 창호로 제일가는 사람은 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만큼 성실한
노력으로 긴 세월 꾸준히 해 온 데서 오는 자신감일 것이다. 그의 창고에
는 새로운 문으로 태어날 목재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좋은 목재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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