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P. 153
들 24명이 모두 번갈아 가면서 1시간씩 24시간 돌아가면서 죽비를 들지요.
이틀쯤 되면 졸음을 견디기 어려워요.
▶ 아무리 젊은 혈기라도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죽비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기 시작합니다. 자주 받으면 양 어깨가 벌겋
게 부어오릅니다. 그리고 화두가 어디 갔는지도 몰라요. 달아났던 화두를
끄집어 와서 또 들고 했어요. 사흘이 되니까 졸음에 장사가 없어요. 잠을
수마睡魔라고 한다지만, 문 앞에 지옥의 반월산半月山이 있는데 그 고통만
한 게 없더라구요.
그러나 어른 스님들은 끄떡없어요. 사흘, 나흘 되어도 진짜 변함없어요.
지월스님은 나흘째 되던 날 밤 1시나 2시 쯤 됐을 거야. 몸을 전혀 흔들지
않으시더라고. 그래 아! 저 입승스님도 조는가 보다. 몸이 전혀 움직임이
없고 숨소리가 아주 고르더라고요. 분명 지월스님은 잠들어 있는 상태예
요. 그러나 한 20~30분 지나면 다시 또 정신 차려서 정진하시더군요. 평
소에 오랫동안 정진력을 기른 분들은 우리와는 다르구나 그랬어요. 죽비
치고 50분 앉았다가, 다시 죽비 소리에 따라 10분 쉽니다. 추울 때니까 밖
에는 못 나가고 벽을 따라 방안을 빙빙 돕니다. 천천히 경행하면서 몸을 풉
니다. 다시 죽비 치면 정진을 시작합니다.
나흘째 되던 때쯤인가 죽비 맡은 종두스님이 해우소에 앉아 일 보는
그 자세로 자고 있는 거예요. 하하하 닷새째 되는 날이 밤 1~2시 무렵
인데 어디서 난데없이 쾅! 하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진동했어요. 나
는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웬일인가 주위를 살폈더니, 세상에 내
가 졸다가 뒤로 나자빠진 거예요. 뒷머리가 장판 바닥에 꽈당! 한 거지
요. 나한테는 대포가 터진 소리였어요. 이때부터 오히려 성성惺惺하게 화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