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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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를 놓고 머리를 들이댔어요. 선암사 스님이라면 삭발 허락을 받았느
          냐고 묻기라도 할텐데, 이 스님은 당연히 깎는 줄 알고 삭삭 밀어 주네요.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삭발했지요. 서투른 사람이 삭도를 사용하면 머리

          에 상처를 많이 냅니다. 후에 행자들끼리 서로 깎아줄 때마다 상처가 나서

          몇 군데씩 피가 나고 그랬어요. 6개월쯤 지나야 손에 익어집니다.


            58년간 이어진 매일 108배 참회의 시작




           이런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젊은이 셋이 절 마당에서 떠들어대는 거요.
          나와 김지견 행자가 야단을 치자 그들도 대꾸를 했고 드디어 싸움이 벌어
          졌어요. 싸움하는 소리에 대중들이 마당으로 나오자 젊은이들은 달아났어

                                                 요.  공양하시던  석암스님

                                                 도 보셨지요. 저녁예불 마
                                                 치자  석암스님께서  나를
                                                 불러요. 나는 저만치서 삼

                                                 배하고 꿇어앉았지요.

                                                   그랬더니 스님이 물끄러
                                                 미 나를 바라보시더니 “그
                                                 래 너, 무슨 생각으로 절에

                                                 들어왔느냐?”  하셔요.  나

                                                 는 뭐라 뭐라 대답을 했어
                                                 요, 지금 생각은 안 나지만
                                                 말이요. 노장님이 아무 소

          사진 2. 율사 석암스님(1911~1987).              리도 안 하고 가부좌를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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