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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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이 용맹정진이 어떻다고 하
는 것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지요.
음력 12월 초하룻날 새벽예불
모시고 나서 4시쯤부터 큰방에
모여 7일간 용맹정진을 시작했습
니다. 행자들도 말석에 좌복을 놓
고 앉았어요. 입구 정문에는 석
암스님이, 다음에 지월스님, 그
리고 서옹스님, 이런 기라성 같은
대선지식들 앞에 우리가 마주 보
사진 5. 지월스님(1911~1973). 고 앉았어요. 그런데 우리가 후
원에서 빠지니까 석암스님은 용맹정진에 참가하지 못하시고 보살들 데리
고 공양하는 일을 맡게 됐지요.
참으로 꿈같은 일이지요. 큰방에 가서 모든 대중들과 용맹정진을 하게
됐으니, 오히려 마음은 즐겁고 가슴이 뛰는 거예요. 이틀까지는 젊은 기운
에 힘차게 ‘이 뭣고’라는 화두를 들고 정진했습니다. 지금도 그 추억이 가
장 기억에 남고 자랑스러운 한 토막입니다. 이 용맹정진은 일상의 정진하
고는 달라요. 평소에는 벽을 바라보고 쭉 둘러앉습니다. 그런데 용맹정진
은 벽을 등지고,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합니다. 그래 하룻밤이 지나고 이
틀째 되니까 우리보다 선배로 선방에 들어온 스님들 가운데는 벌써 잠에
못 이겨 졸기 시작합니다. 이때 장군죽비將軍竹篦라는 경책을 들고 있다가
조는 어깨를 탁하고 내리칩니다. 그러면 잠을 깨고 합장합니다. 양쪽 어깨
에 딱딱딱 칩니다. 우리는 행자라서 그 장군죽비를 못 잡아 봤지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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