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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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 본 것이다. 중국불교의 소의경전인 『화엄경』, 『열반경』 등은 그 사
          상이 유학에 가깝다고 단언한 것도 이같은 근거에서였다.
           중국불교와 유학의 관련성은 이처럼 본심·본체를 중심에 두고 이루어

          진 것이다. 이것은 중국불교의 진여연기론과 유학성선론이 결합할 수 있

          는 근거가 된다고 보았다. 중국불교는 진여연기론을 통해 본체인 ‘진여’와
          본체의 현현인 ‘현상’의 일치를 주장함으로써 현상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
          정하고, 유학은 성선론을 통해 현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있는 것

          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중국불교와 유학의 정신에 동일한 측면이 있다
          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불교가 진심, 또는 자성청정심을 중심으로 한 진상
          심眞常心 사상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현상계가 본체인 진심의 현

          현임을 말하는 진상심 사상은 현상계의 모든 존재들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유학의 성선론과 일치한다.
           사람은 누구나 진심眞心,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 불성佛性을 소유하고 있
          으므로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중국불교의 학설은 사람은 본래

          선성善性, 양지良知, 사단지심四端之心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사람이 성

          인聖人이 될 수 있다는 유학의 사유와 완전히 일치한다. 그 때문에 웅십력
          의 제자 모종삼은 중국불교의 도생道生( 360~434)이나 혜능慧能(638~713)은
          유학의 성인인 맹자가 불교에서 재현된 인물이라고까지 말하였다.

           이렇게 변화한 당군의 사상은 웅십력의 형이상학과 거의 일치한다. 웅십

          력의 핵심적인 사상은 ‘인仁의 본체’이고, ‘체용불이體用不二’, 즉 본체와 현상
          의 일치이다. 이러한 웅십력 철학의 의미는 인간의 도덕 본성이 우주 생명과
          인류 문화의 끊임없이 생성하는 궁극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철학에서는 천天과 인人을 동태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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