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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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학설이 계
합할 수 있는 것은
중생 내부에 진
심眞心이 있어서
부처가 깨달은 본
성과 다른 점이 없
사진 4. 방동미方東美(1899~1977)는 “석가모니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철 기 때문이다.”고
학자이고, 불교가 인생 최고의 경지이다.”라고 선언했다.
말하였던 것이다.
대만의 현대철학자 노사광勞思光(1927~2012)은 당군의 철학을 ‘화엄철학’이
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당군의 외에도 당시 신불가, 신유학가들은 불교에서 다른 이론보다 화
엄사상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동미方東美(1899~1977)는 “최고의 철
학은 불교이고, 최고의 불교철학은 화엄이다.”라고 선언하였고, 현대신유
학의 대부로 불리던 마일부馬一浮(1883~1967)도 화엄철학으로 자신의 철학
체계를 완성하였다.
근·현대 지식인들이 이처럼 화엄사상을 중시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화엄사상이 그들의 ‘혁명’이라는 이상과 계합하는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
다. 예컨대 담사동, 장태염은 보살구세 사상이나 평등·자유 등 근대 계몽
주의, 사회변혁 사상의 근거를 화엄철학에서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무엇
보다 화엄사상의 진여연기적 성격이 신유학과 일치한다는 측면이 가장 중
요하였을 것이다.
단지 당군의가 똑같이 진심연기론을 주장하는 동아시아불교 중에서 천태사
상이 아닌 화엄사상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화엄사상의 성기설性起說과 천태사
상의 성구설性具說을 구분하고, 천태사상에서 말하는 본성에 실체의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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