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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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김정희 글씨, ‘단연죽로시옥’.


               추사선생은 원래 한양에서 태어나 노론의 명문 대갓집 자손으로 중앙

             무대에서 활동기에 영남지역에 그의 글씨가 있을 사연이 희박한데 영남

             의 은해사에 여러 현액이 남아 있는 것은 혼허화상과의 인연 등과 같은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추사선생은 30세를 전후하여 관음사觀音寺에서

             혼허화상을 만났고, 그 인연은 생의 끝자락에서 오늘날 서울 봉은사奉恩
             寺에서 『화엄경』을 판각하는 대 프로젝트를 행할 때까지 이어진다.

               추사선생과 혼허화상은 유교와 불교를 넘나들며 마음을 주고받아 온 사
             이인지라 추사선생은 다음과 같은 시도 혼허화상에게 보냈다. 전고典故가
             많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시이지만 그 뜻으로 보면 다

             음과 같이 읽힌다. 탕씨 성을 가진 이는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의 시승 탕혜

             휴湯惠休(?~?) 화상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혼허화상을 일컫는 말이고, 천룡
             일지는 『전등록傳燈錄』에 나오는 천룡일지선天龍一指禪을 뜻한다. 돼지와 죽
             순을 굽는 일은 북송의 동파東坡 소식蘇軾(1037~1101) 선생의 글에 나오는 일

             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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