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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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그 내부에서 다시 권력투쟁을 벌여 서로 죽이는 일을 반복하였는데, 김
             정희 선생의 제주도 유배나 북청유배 사건도 이런 권력투쟁 속에서 일어
             난 것이었다. 노론세력의 국정농단은 안동김씨 세도정치라는 막장 드라마

             로 치닫다가 결국에는 조선을 멸망시키는 길로까지 치닫게 되지만 말이다.

             백성을 위한 나라의 권력을 자기들의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권세
             를 휘둘렀다. 공公과 사私의 구별은 없어진 지 오래다. 도대체 백성들의 행
             복한 삶과 권리라는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던 시절이다.

               공자와 맹자는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것을 가르침의 중심에 놓았고, 공

             맹孔孟을 앞세우던 유자儒者들은 ‘오로지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
             이 튼튼해야 나라가 안녕해진다[民惟邦本 本固邦寧]’라는 『서경書經』의 말도
             입만 열면 내세웠는데 실제에서는 그런 말과는 정반대로 행동하였다. 그

             러면 공자와 맹자 그리고 더 나아가 주자까지 기치로 내세워 권력을 쥔 사

             람들이 그동안에 세상에 내뱉은 말들은 모두 백성과 세상을 속이는 혹세
             무민惑世誣民의 말이었다는 말인가?
               공자와 맹자가 조선시대에 다시 살아나와 이 땅에 벌어지는 모습들을 보

             았다면 무엇이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인간의 삶과 국

             가, 권력, 제도 등에 대해 연구해 온 헌법학자인데, 헌법원리에 의하면 국
             가든 권력이든 제도든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면
             어떤 경우에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조선시대의 일도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기준에서 정당한가 아닌가를 판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규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땅에서 그러한 일들이 전개되던 시절에 서구의 강대국들은 세

             계를 식민지화하는 식민전쟁에 열을 올리며 동양세계로 영토를 확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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