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P. 106

탁오산두대립행 卓午山頭戴笠行
              성탕인홀희환영 姓湯人忽喜歡迎

              유방석입보리계 遊方昔入菩提界
              시게금문폭포성 詩偈今聞瀑布聲

              은지삼관유원력 銀地三觀由願力
              천룡일지계등명 天龍一指繼燈明

              소저소순추전몽 燒猪燒筍追前夢
              강상추풍묘묘정 江上秋風渺渺情



              한낮에 산머리 삿갓 쓰고 걸어가는데
              스님이 홀연히 나와 반가이 맞아주네

              그 옛날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었으니

              시와 게송에는 웅혼한 폭포소리 들리는구려
              불도의 삼관을 원력으로 증득하고
              천룡의 일지선으로 진리의 등불 이었는네

              화상의 설법 듣곤 했던 옛 꿈을 짚어보니

              가을 강바람에 속세의 정만 아득해지는구려


           어쩌면 두 사람은 세간과 출세간을 넘어 평생의 지기였던 것 같다. 유학

          자로서 추사선생만큼 불가의 이치를 깊이 통달한 지식인은 드물었다.



            추사의 파란만장한 삶과 소박한 꿈



           아무튼 추사선생이 이 글씨를 쓴 그 무렵, 그를 아끼던 헌종이 8살에 왕



          104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