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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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치문』, 『사집』, 『서장』, 『선요』, 『도서』 등을 1년 만에 거의 다 봤어
             요. 2년 째 사교과에 올라가 『능엄경』을 배웠어요. 본래 강원에서 공부하
             는 방식은 철저하게 자습하는 게 근본입니다.

               그 당시 해인사 강원에 7~80명의 학인들이 있었어요. 각자 능력에 따

             라서 치문반 혹은 사집반, 사교반 그 다음에 대교반 이렇게 나눠져요. 강
             원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니 윗반은 별로 없었고, 나는 2년 째 사교과에
             서 『능엄경』을 배우는데, 그때 운허스님께서 전통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대폭 개선했어요. 능엄반 또는 능엄패라고도 하는데, 한 10명쯤 됐어요. 내

             일 배울 내용을 각기 예습하는데 사전 찾아가면서 열심히 공부합니다.


                묘엄·명성스님과 함께 운허스님의 논강을 듣다




               9시에 강의를 시작하는 종을 치면 학인들이 큰 방에 모여 상강례라고 강
             의를 시작하는 예불을 모시게 됩니다. 상강례는 법당예불하고는 좀 다릅
             니다. 큰 방에 능엄패 10여 명이 둘러앉습니다. 대나무 통에 산까치가 든

             통을 흔들어서 그날 중강重講, 발의發議를 맡을 사람을 제비뽑아요. 발의가

             된 사람은 어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세미나 형식으로 발표합
             니다. 한문으로 된 문장을 새겨가면서 그 뜻을 얘기합니다. 모르는 게 있
             으면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말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이런저런

             의견을 내서 이런 거 아니냐, 저런 거 아니냐 하면서 토론하다가 모두가 동

             의하면 그걸로 해결됩니다.


               ▶ 요즘 대학원 토론방식보다 앞선 것 같습니다.

               해결이 안 될 때는 중강이 그 부분을 체크하여 토론하고 또 의견을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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