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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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해인사 장경고(조선고적도보, 1933).
을 기르는 겁니다. 학인들 누구나 차례로 한 달마다 법상을 만들어서 설법
하는 연습을 시켰어요. 모두 가사 장삼을 입는데, 산중의 노장스님들도 가
끔 동참하지요. 이때 강원의 대중이 청중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무섭고 떨
릴 수가 없어요. 쟁쟁한 노장들이 떡하니 쳐다보고 있으니까요.
그때 한 학인이 절 뒷방에 나이 많은 스승을 모시고 시봉하면서 강원 공
부를 했는데, 어느 날 자기 차례가 왔어요. 날짜는 다가오고 떨리기만 하
는 거예요. 스승이 일러주기를, “앞에 앉은 사람들을 모두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막상 올라가서 입을 열려고 하니까 눈앞이 캄캄해지
고 가슴은 덜렁덜렁 떨렸지요. 그 순간 스승이 한 말씀이 생각났어요. 그
래서 “앞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내 아들이다!”라고 외쳤다는 겁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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