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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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판전에서 바라본 남산제일봉(높이 솟은 봉우리).
베다가 들키면 야단치기도 하지만, 해놓은 나무는 다 몰수하고, 심하면 지
게까지 부셔요. 격투가 벌어지기도 하고, 원한을 품고 절을 애 먹일라고 일
부러 불을 지르는 사람들이 겨울에 자주 있었어요.
언제 불이 날지 모르거든요. 산에 불이 났다 하면 급하게 종이 울립니
다. 비상 종소리가 울리면 진화할 장비를 챙겨 산에 오릅니다. 학인들이고,
선방 스님이고 할 거 없이 다 뛰어나갑니다. 큰 불이면 밤을 새우기도 하
고, 맞불을 놓기도 합니다. 체력이 필요한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
암스님이 젊은 스님들에게 축구공을 사주고 운동화도 마련해 줬어요. 그
래서 학인들은 평소에 운동을 많이 했지요.
해인사에 내려오던 전통적인 행사가 있어요. 매년 단오날(음5.5)이면 화
재를 막는 액막이 행사를 합니다. 해인사 법당 앞에서 보면 맞은편에 봉우
리가 보여요. 문필봉文筆峯인데, 이 봉우리를 다른 방향에서 보면 불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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