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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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을 기르는 파겁破怯
▶ 해인사에서 있었던 또 다른 일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해인사 강원 첫 해에 나는 노
전 소임을 받았어요. 노전패는
나와 종현스님, 태연스님이었
어요. 큰법당과 팔만대장경각
을 책임 맡아요. 여타의 작은 법
당 맡은 이는 부전이라고 합니
다. 관음전은 입구[口]자 모양인
데 큰방 끝에 운허스님과 변월
주邊月舟 스님이 계셨어요. 변월
주스님은 대처스님 시절부터
계시던 노장 강사인데 당시 유
명한 강사였어요. 사진 3. 봉암 변월주 스님(가운데). 1954년 해인사 법보
학원 『능엄경』 수료기념.
그 안쪽에 총무인 영암스님
방이 있었고, 큰방에 일부 학인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별도로 노전채에 머
물렀어요. 가끔씩 중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이 왔어요. 수백 명씩 단체로 오
는데 이들을 안내하는 역할이 노전의 몫입니다. 그때에는 박물관, 보물장
이런 게 따로 없었어요. 큰법당(대적광전) 수미단 탱화 뒤쪽에 상당히 넓은
공간이 있었어요. 여기에 해인사 보물을 가져다 진열해서 보여주었지요.
그 다음에는 팔만대장경각, 보통 때는 밖에서 경판고를 돌면서 보여주는
데 특수한 경우에는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파겁破怯이라는 말이 있어요. 대중 앞에 나서기 위해 겁을 없애는 뱃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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