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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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형이상학을 세우고자 시도하였다.
모종삼의 제자인 채인후는 모종삼 철학을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첫 단계는 ‘직관
적 깨달음’의 시기로서, 모종삼이 30세 이전에 북
경대학 철학과에서 공부하던 시기이다. 그는 처음
에는 논리학과 칸트의 지식론에 관심이 많았고 『주
자어류』를 읽으며 직관적 깨달음을 통해 심원한 의
리를 알게 되었다. 그는 본과에서 철학과를 선택
하였고, 러셀의 철학을 듣고 『주역』, 화이트헤드
사진 4. 『신유식론新唯識論』.
철학은 스스로 공부했다고 한다. 이 시기 모종삼
은 학과 교수 등고경의 소개로 웅십력의 저서 『신유식론新唯識論』을 읽고 감
동을 받아 웅십력을 찾아가 배우기 시작하였다. “나는 처음으로 참된 인간
[眞人]을 만났고, 처음으로 학문과 생명의 의미를 접하였다.”라는 회고처럼
모종삼에게 웅십력과의 만남은 운명적 사건이었다.
그는 어느 날 웅십력과 풍우란 사이의 논쟁을 엿들었는데, 그 일은 그의
학문 생애에서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양명학의 ‘양지良知’가 ‘가정’이라고
보는 풍우란에 대하여 웅십력은 “양지는 진실로 드러나는 것인데, 당신은
어떻게 이를 가정이라고 하는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대화를 들은 모
종삼은 풍우란의 주장이 칸트 철학에 근거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자리
에서 웅십력의 뜻을 완전히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천지가 진동하듯 눈과 귀가 번쩍 열리는 경험을 했다
고 한다. 그 후 모종삼은 평생 “양지는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스승의
사자후를 가슴에 품고 철학에 매진하였다. 이 말이 이후 모종삼의 ‘도덕적
형이상학’의 근본적 사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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