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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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깊었다. 그럼에도 선에 대한 그의 학문적 관심은 역시 문헌학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1989년 대한전통불교연구원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육조
             단경』 관련 논문은 다양한 판본 및 텍스트를 검토한 내용이었다. 문헌학에

             기반한 선학 연구로는 『조당집과 논집』(1987)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해인사

             소장 『조당집』 원본과 일본어·중국어 등의 논문들을 한데 모으고 중국 근
             대 사상가 호적의 편지와 민영규의 회고담을 수록하여 관련 연구에 도움
             을 주었다.

               김지견의 불교연구는 의상계 화엄학에

             무게중심이 두어졌다. 그는 신라 화엄을
             주류(의상계)와  비주류(원효계)로  나누었는
             데, 그 이후 신라 화엄사상에 대한 계통별

             접근이 대세가 되었다. 또 의상의 한자가

             기존의 ‘義湘’이 아닌 ‘義相’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는데 현재 학계에서는 그의 설을 대
             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아가 해동 화엄이 법장을 중심으로 하
                                                     사진 7. 범어사 의상 진영.
             는 중국 화엄의 일부가 아니라 독자적 특
             성을 갖는다고 역설했다. 그 주요 근거 중 하나로 김지견은 의상계 화엄사
             상을 해인삼매에서 연원한 성기사상에 기반한다고 보았다. 이는 본래성으

             로 현현하고 저절로 그러한 화엄의 세계 그 자체를 드러낸 말이다. 김지견

             은 김시습의 저작을 해석하다가 지눌과의 관련성을 통해 화엄과 선의 관
             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성기사상에 착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의상
             계통의 화엄을 성기사상의 계보학적 맥락으로 이해한 것은 후속 연구에 적

             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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