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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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좌스님들의 수행도량에서 안거 결제 중이던 봉암사에 사달이 난 것이다.
             당시 봉암사 결제 대중과 주지 스님 사이에 불사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 대
             중이 공사를 열어 주지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주지가 떠나자 조실

             서암스님은 이런 대중의 움직임이 못마땅하여 결제 중에 스스로 절을 나

             가 원적사로 가버리셨다. 그리하여 봉암사는 수좌 대중이 스스로 ‘계엄군’
             이라고 칭하며 절 운영을 하고 있었다.
               한국 선을 상징하고 수좌들의 자부심이라는 봉암사 문제는 일개 사찰의

             문제가 아니라 수좌계 전체의 일이었다. 그래서 수도암 결제 대중은 해제

             를 20일 남짓 앞두고 선납회 대표인 고우스님에게 봉암사에서 벌어진 일
             에 대해 알아보고 오라고 청했다. 이렇게 하여 선납회 대표 고우스님과 도
             반들이 사태 수습을 위해 봉암사로 갔다. 고우스님은 봉암사로 바로 들어

             가지 않고 원적사에 머물고 계시던 조실 서암스님을 먼저 찾아뵈었다. 조

             실스님은 수좌들이 법당을 선방으로 하자고 하는 걸 법당은 법당대로 해
             야 한다고 하니 주지를 내쫓았다면서 황망해 하셨다.
               고우스님은 조실스님의 뜻을 확인하고는 봉암사로 향했다. 다만 결제

             중이니 바로 봉암사로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선납회 대표 자격으로 들

             어가도 좋은지 대중에게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봉암사 결제 대중들
             은 대중공사를 열어서 선납회 대표의 봉암사 방문을 수용하였다. 이렇게
             해서 고우스님은 봉암사로 들어가서 수좌 대표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그

             때 수좌 대중을 대표하는 분이 입승을 맡고 있던 불산스님이었다. 협상결

             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봉암사 주지와 봉암사 결제 대중이 모두 봉암
             사를 떠나기로 합의하고 이 문제를 선납회 구참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이 나서 정리가 되어갔는데 다시 문제가 하나 생겼다. 해산하

             는 수좌 중에 다음 안거를 신청하는 수좌는 봉암사 재방부를 받아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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