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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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레 마나라 존자(?~164) 의 게송을 외워보곤 합니다.

                  마음은 온갖 경계를 따라 굴러다니지만

                  구르는 곳마다 능히 고요할 수 있다면

                  흐름을 따르더라도 본 성품을 깨달아서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로다.         2)



               마음은 외계의 경계에 따라 끝없이 일어나는 것이지만, 투명한 거울처

             럼 무심히 비출 뿐 거기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깨달음의 경지라
             는 말입니다. 이 게송은 무심無心을 노래한 것입니다. 마음이 무심이면 그
             것은 그대로 불법입니다. 육조 혜능의 제자인 신회(670~762)는 “단지 무념

                                            3)
             만 얻으면 그것이 그대로 해탈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신회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무한대의 스크린 위
             를 오가는 영상에 불과합니다. 깨달음은 스크린 위에 영상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개체의 경험이 비치는 스크린 자체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마나

             라 존자의 게송에서 앞의 두 구절은 표층에서 일어나는 개체의 경험을 말

             하고, 뒤의 두 구절은 심층에 존재하는 스크린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이 게송을 두고두고 음미하면 마음으로 얻는 바
             가 있을 것입니다. 기물을 다루면서 몸과 마음을 집중하지만 거기 집

             착하지 않고 무심으로 할 수 있다면 다도茶道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

             다. 무심이라 하지만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그 경지는 어지간해서 되는



             1) 『祖堂集』 卷第二 第二十二祖摩拏羅尊者條에 기록된 열반 연도는 후한 환제 18년.
             2) 『祖堂集』 卷第二 第二十二祖摩拏羅尊者 : 心隨萬境轉 轉處實能幽 隨流認得性 無喜復(亦)無憂.
             3) 『神會和尙禪語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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