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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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군더더기 없는 편안함이 우리의 영혼마저 편안하게 합니다.
매미
차를 마시고 있는데 베란다 망창에 매미
가 붙어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매미는 여름
을 대표하는 곤충입니다. 매미 소리가 시작
되면 여름이 시작되고, 매미 소리가 끝나면
더위도 끝납니다. 저 울음소리는 지하에서
의 오랜 굼벵이 생활을 청산한 기쁨의 환호
성이자 짝을 부르는 세레나데이며 동시에
죽음을 위로하는 레퀴엠입니다.
사진 6.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곤충,
매미의 허물은 생각보다 많아서 살펴보면
매미.
주위에 수두룩하게 널려 있습니다. 우는 놈
은 수컷입니다. 큰 소리를 내기 위해 수컷 매미는 뱃속을 절반 정도는 울
림통으로 텅 비워놓습니다. 소리가 워낙 커서 수컷 매미는 근육으로 자신
의 고막을 막아 청력을 줄여야 합니다. 고양이든 개구리든 매미든 사람이
든 짝을 찾을 때는 저리도 애틋하고 시끄럽게 울어 쌓습니다.
나는 늙고, 가는 귀가 먹어서 매미 소리가 옛날처럼 시끄럽지 않습니다.
이제는 매미 소리도 귀를 기울여야 들립니다. 귀 기울여 듣기 위해서는 마
음을 정지해야 하고,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매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의 가장자리에 나는 앉아 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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