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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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 정릉 경국사 환희당에서 연구하는 인환스님(2012).


          관리나 유생들, 이른바 양반들이 스님과 불교를 하시下視하고 이럴 때예

          요. 구하스님은 15세 즈음에 출가했을 때 그런 걸 많이 목도하셨다네요. 그
          들이 절에 와서 거만 부리고 행패를 부리는데, 그렇다고 야단하지 못했다
          네요. 트집을 잡아서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통도사 법당에도 물론이고 어지간한 절에 가면 부처님 모신 탁자 옆에

          작은 패가 있어요. 거기에 ‘국왕전하수만세國王殿下壽萬歲’라든지 ‘세자저하
          수제년世子底下壽齊年’ 이런 글이 써 있습니다. 왜 이런 것을 모시게 됐느냐
          했더니, 절에 온 유생들이나 세속인들의 패악질을 막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답니다. 그들이 행패 부리려 하면, “여기가 어느 안전인데, 어! 감히 행

          패를 부리냐, 봐라! 법당에 금상전하, 왕의 안녕을 비는 원패願牌를 모셔 놨
          는데, 그러니 이곳은 왕이 계신 것과 마찬가지인데 감히 행패를 부리냐.”
          고 하면 그때는 꼼짝 못 한다는 겁니다. 지금도 여러 절에 이런 원패가 많

          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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