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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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불교사전』 편찬 중 동산스님(앞좌), 운허스님과 함께 조계사에서(1961.2, 『동산대종사석영첩』).


           20대 후반의 젊음이 샘솟듯이 솟아오르는 신심이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
          어요. 그렇게 무사히 스무 날 기도를 끝낼 수 있었어요. 선방에 앉아서 정
          진하는 것보다 훨씬 낫더라고요. 진짜 환희심이 나고, 편안하고, 어지럽지

          않고 그런 마음가짐 속에서 기도를 할 수 있었어요. 일생의 가장 좋은 시

          기에 계기를 맞이한 거죠.
           마침내 회향하는 날입니다. 오전 10시쯤에 응담스님이 마지를 짊어지고
          와서 같이 마지 접수하는 의식을 하고 공양을 마쳤어요. 다시 혼자 남아 발

          원하고 뒷정리를 했지요. 20일 간 한 잠도 안 자고 오직 용맹기도를 했는

          데, 잠 안 자고 어떻게 지냈느냐? 뭐, 화두 들고 정진할 때 가끔 꾸벅꾸벅
          한 거요. 사실 조금씩 잠을 취한 거지요. 그러나 허리를 바닥에 눕히거나,

          옆구리를 대고 누웠거나 뭐 그런 거는 전혀 없었어요. 이른바 장좌불와長
          坐不臥 수행, 나 자신과 스스로의 약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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