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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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하려고 법당 밖으로 나섰어요. 내딛는 순간, 눈앞에 마치 해가
             열 개나 뜬 것처럼 환하게 밝더라고요. 와~ 놀라는 마음으로 이제 고개를
             들었더니 눈앞에 큰 나무들이 많았는데 그 나뭇가지 잎마다, 잎마다 부처

             님이 쭉 앉아서 그냥 광명을 발하는 게 떡~ 하니 보이더라고요. 참으로 신

             기하고, 희한한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경지를 보게 됐어요. 그 순간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새 지저귀는 소리가 모두 다 법문으로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그렇다고 뭐 도량이 자연이 바뀐 것은 아니겠지만, 바라보는 내

             눈과 안목이 이전과 확실히 다르다는 체험을 했지요. “아~ 기도의 힘으로

             마음의 눈을 좀 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해 6개월간 서해쪽 사찰
             들을 둘러보고 만행을 끝냈어요.



                『불교사전』 편찬에 참여



               1960년 선암사에서 겨울 안거 준비 중이었는데 통도사에서 기별이 온
             거에요. 운허스님이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사전』을 편찬하는 데 일손이 필

             요하다는 겁니다. 통도사로 갔어요. 나 그리고 유명한 법정스님, 정묵스

             님, 법안스님. 법안스님은 훗날 동국대학교 부총장까지 하고 뉴욕에 원각
             사를 창건한 분이에요. 정묵스님은 나중에 퇴속해서 종립 동국중고등학교
             에서 교감을 지냈어요.

               운허스님은 짬짬이 카드만 한 흰 종이에 사전 원고를 썼어요. 초안은 거

             의 운허스님이 작성하셨어요. 그런데 초안 가지고는 원고가 안 된단 말이
             요. 그 원고를 우리 네 사람이 나눠서 정리했어요. 그리고는 운허스님이 보
             충하거나 수정합니다. ‘가나다라마’까지는 정묵스님이 맡고, ‘마바사’는 법

             정스님이, ‘아’ 부가 제일 많은데 법안스님이 맡았고, ‘자차카타파하’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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