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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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솔바람길


           꽃이 시드는 정취가 우리들의 뒷모습에서 피어납니다. 걷는 길 내내 바

          로 옆으로 운문천 맑은 물이 흐릅니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소리, 벌레

          소리, 매미 소리, 새소리, 발걸음 소리… 작은 소리가 지닌 매혹적인 아름
          다움에 집중하면 우리는 언제나 가뿐해집니다.
           쉼터가 나타나면 잠시 앉아 호흡을 고르며 간식을 나누어 먹기도 합니

          다. 젊은 사람들은 다람쥐처럼 싹싹 지나갑니다. 정상에 오른다고, 혹은

          더 빨리 걷는다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음은 부럽습니다.
                                                        90년대 초반만 해
                                                      도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사리암에 올

                                                      랐습니다.  주차장에
                                                      서 올려다보면 저 멀
                                                      리 사리암이 보입니

                                                      다.  보는  건 쉽지만

                                                      저기까지 수많은 계
                                                      단을 올라가기는 쉽
                                                      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는 이제 정상은

                                                      커녕 70% 능선에 있
                                                      는 암자에도 잘 올라
                                                      가지  않습니다.  저

          사진 2. 바라보면 아련한 추억 속의 사리암.                   멀리 사리암을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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