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P. 103

사찰 연화세계 주지로 있는 정명스님은 한국 최고의 지화의 장인 승화
             장僧花匠이다. 스님은 40년 동안 연꽃등 만드는 한길을 걸어가고 있다. 청
             정, 신성, 순결을 상징하는 연꽃은 부처의 자비와 지혜, 진리를 상징한다.

             정명스님은 매년 열리는 연등행렬과 연등회에 쓰이는 연꽃등을 만들어 왔

             고, 큰스님들의 열반의식 등 불교계 주요 행사에서도 꽃 장엄을 해왔다. 손
             에서 하루도 연꽃을 놓는 날이 없었다. 연등회 행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이 되면서 스님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스님의 연꽃 만들기의

             시작은 부처님께 어여쁜 연꽃 한 송이를 올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연꽃등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40년 전에는 주로 비닐이나 플라스
                  틱으로 만든 등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설령 종이로 만들었다 해도

                  연꽃잎을 하나하나 만들어 붙인 게 아니라 종이 한 장을 뼈대에 붙

                  인 아주 단순한 것이었어요. 그때 연꽃이랑 똑같이 생긴 등을 만들
                  어서 부처님께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연꽃등 재현을 시
                  작하게 되었어요. 우선 염색을 천연염색으로 바꾸었어요. 노란색

                  은 치자를 사용했고, 분홍색은 홍화꽃을, 붉은색은 소목蘇木을 사

                  용했어요. 염색물이 강해서 지문이 다 닳았지만 색이 잘 나오면 참
                  좋았어요.”



               지화 만드는 한지의 종류도 다양한데 전통한지와 개량한지의 차이는 상

             당히 크다고 한다. 전통한지는 닥나무의 인피 섬유를 사용하는데 닥나무
             섬유 길이는 보통 20~30㎜이상으로 개량한지에서 사용하는 목재펄프보
             다 10배 이상 길다. 섬유 길이는 섬유 결합에 영향에 미쳐 보다 질긴 종이

             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101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