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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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7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30 |  옛날 사람들은 인생살이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면 여행을 떠났지만,
                                         요즘에는 언제든지 도시 근교의 산속

                                         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
          나비야 청산 가자                      행을 할 수 있습니다. 9월 산행 장소

                                         가 최정산 남지장사로 정해졌을 때
                                         마음이 설렜습니다.
          서종택 시인
                                           남지장사는 70년대 초, 친구인 우

                                         소현 스님이 주지로 있었던 절입니
                                         다. 그 옛날 그와 어울렸던 추억을 생
                                         각하면 마치 전생의 일처럼 까마득합

                                         니다. 남지장사 주차장에 도착한 순

                                         간, 성벽 같은 2단 축대의 웅장한 모
                                         습에 놀랐습니다.
                                           옛날에는 축대는커녕 허술한 건물

                                         몇 채만 있던 산골짜기 암자였거든요.

                                         주차장은 물론 없었고 버스를 타고 우
                                         록에서 내려 2시간을 걸어야 했습니
                                         다. 지난 50년 동안 상전벽해의 세월을

                                         남지장사에서 다시 한 번 음미합니다.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언제나 새로운 산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길  찾기가  어려웠지만  10시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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