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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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통한지는 닥나무를 삶을 때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콩대, 메밀
대 등을 태운 잿물을 이용한다. 잿물은 섬유의 내구성을 강하게 유지하게
하니, 전통지화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이유이다. 물론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드는 부분이 있다. 지화 제작에 미농지, 노루지, 화선지 등의 개
량한지를 사용한다면 전통한지보다 더 얇고 반질하여 접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전통한지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장기적인 보관, 선조들의
방식을 지키고 보존하는 노력을 생각한다면 힘들더라도 전통 방식을 선택
해야 한다는 것이 정명스님의 생각이다.
정명스님은 서울 법성사로 출가해 태경스님을 은사로 1970년 수계했다.
은사스님에게 지화, 연등, 고임새, 팔모등, 초롱등 일체를 전수받았고,
1985년에는 청룡사 진우스님에게 연등회 관불단 장엄을 사사했다. 또
전북지역에서 수륙재 등 각종 불교의례와 부처님오신날 지화 장엄 등으로
명성을 높였던 보운스님 밑에서 수학하며 지화 제작에 사용되는 각종 도
구까지 이어받아 전통지화의 맥
을 잇게 됐다.
2011년에는 불교무형문화유산
인 불교 지화장엄을 계승·발전
시키고, 이에 대한 연구와 전승자
양성을 목적으로 불교지화장엄전
승회를 조직했다. 전승회를 중심
으로 한지에 천연염료로 물들인
전통지화를 복원했으며, 이 전통
지화를 바탕으로 지화문화 발전
과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 사진 10. 조선시대 감로탱화 속의 지화를 재현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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