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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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웅장한 남지장사 축대.

             모두 18명이 모여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남지장사 부근에는 소나무가 울

             창합니다. 빛과 그림자가 잘 어울리는 산길을 천천히 올라갑니다. 저 모롱

             이를 돌아가면 경사가 급해지고, 길은 짐승들이 다니는 길처럼 좁아집니
             다. 등산화를 신고 스틱을 짚고 배낭을 멘 사람을 보면 왜 그렇게 아름답
             게 보이는 걸까요. 많은 사람이 노쇠를 경험하는 나이에 우리는 활짝 피려

             고 안간힘을 씁니다.

               30분 정도 올라가느라 숨이 턱에 닿을 때, 잠시 앉아 간식을 나눈 다음
             다시 올라갑니다. 경사가 가팔라 걷는 데 몇 배로 힘이 들지만, 나무며 바
             람이 좋아 기분은 좋습니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대자연과 신에게

             로 한 발자국 다가가는 일입니다.

               다시 30분쯤 더 올라가면 능선에 올라섭니다. 힘들게 가파른 비탈에 붙
             었다가 능선으로 걸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말없이 산속을 걸어
             가노라면 마음은 저절로 가라앉아 조용해집니다. 이 가라앉음이 좋아서 우

             리는 산으로 가는 겁니다. 아무 말 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끊임없이 지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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