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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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 백양사에 전시된 김덕주 장인의 목탁.


          로 들어가게 된다. 좋고 나쁜 목탁 소리를 분별하는 것은 수십 년 작업을

          통해 본인만 알 수 있을 정도의 아주 미세한 차이이지만, 그 기준에 미치
          지 못하면 과감하게 불속으로 떠나보낸다. 도공의 도자기는 불속에서 탄
          생하여 미완성이라 판단되면 산산이 깨져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데, 목

          탁이 미완성이면 불속으로 들어가 재가 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완벽

          한 것에 도전하는 이들은 그만큼 자신이 쏟아 부은 노력과 헌신의 시간쯤
          은 냉정하게 도려내는 결단력을 지니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래서 한 분야
          의 최고 장인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김덕주 장인이 만드는 목탁의 크기는 크기도 다양하다. 직경 15cm 목탁

          이 가장 일반적이고, 직경 8cm 미니 목탁 크기에서부터 성인 남성 3인이
          겨우 힘을 합쳐야 들 수 있는 무게의 직경 1m에 달하는 거대목탁까지 제
          작한다. 특히 창작성이 돋보이는 ‘어형목탁’은 상당히 유려하다. 물고기가

          바로 바다로 헤엄쳐 나갈 기세로 역동적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절대 눈

          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 있는 마음으로 수행하라는 무언의 경
          책을 담는다고 한다. 부리부리한 물고기 눈과 김 장인의 눈망울이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다. 늘상 깨어 있는 마음으로 나무와 목탁을 다루고

          평생을 목탁소리의 울림을 바라보았기에 만들어진 눈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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