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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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있습니다.
쇠 나무[鐵樹]에 꽃피는 도리
산 아래로 흐르는 물은 별다른 뜻이 없고
골짜기로 흘러드는 구름도 아무 마음이 없네
우리가 구름이나 물처럼 살 수 있다면
1)
천지에 봄기운이 가득해 쇠 나무에 꽃이 피리라
이 시를 쓴 차암수정此菴守淨은 당대 제일의 승려인 묘희 선사 즉 대혜종
고(1089~1163)의 제자란 것만 알려져 있을 뿐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사람은 전혀 모른 채 한 편의 작품을 읽어야 합니다. 그것
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기쁘기도 합니다.
물은 별다른 뜻 없이 흐르고, 구름은 무심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철수鐵樹’, 즉 ‘쇠’ 나무에 꽃이
피리라’라는 구절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구절입니다. 쇠 나무에 어떻게 꽃
이 피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철수鐵樹’를 무쇠 나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바이두百
度를 찾아보니 ‘철수’는 ‘소철’입니다. 소철은 열대 지방 식물이라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꽃을 피우기 어려운 나무입니다. 소철에 꽃이 피는 일이
아주 드물 듯이, 깨닫는 일이 어렵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철
꽃이 피리라’라는 구절을 불가능의 알레고리로 해석하기 때문에 ‘쇠 나무
1) 釋守净, 『偈二十七首』 : 流水下山非有意 片雲歸洞本無心 人生若得如雲水 鐵樹花開遍界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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