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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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기에 있네. 날아간 게 아니잖아”에 이르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마
             조는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제발 이 세계를 한쪽 면만 보지 말아라. 오
             리만 보지 말고, 오리를 보는 너를 보란 말이야!”

               우리가 마조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면 완전히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됩

             니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이 이렇게 단순하다면 누가 열심히 수행하려 하겠습
             니까. 마조의 제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단순한 가르침에 대해 위화감을 느

             낀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오설(747~818)입니다. 그도 마조의 들오리 문답 현
             장에 함께 있었지만, 유정이 오리를 인연으로 깨닫는 것을 보고 공감하지
             도 않았고 찬탄하지도 않았으며 부러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호

             기無好氣, 어쩐지 불쾌해졌습니다. 마조의 가르침에 강한 위화감을 느낀 오

             설은 솔직하게 그 기분을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마조는 오설에게 석두 문
             하로 가도록 권했습니다. 오설이 석두(700~790)에게 가서 비로소 깨달았는
             데, 『조당집』은 이 이야기를 전후 사정과 함께 오설장에 자세하게 수록한

             것입니다.

               처음 석두에게 간 오설은 몇 마디를 주고받은 다음 석두에게도 실망한
             나머지 아무 말 없이 소맷자락을 떨치며 돌아가려 했습니다.



                  오설이 법당문을 막 나서려는 순간 석두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이놈!”
                  그때 오설의 다리는 한쪽은 문안, 한쪽은 문밖에 있었다. 무심코
                  뒤돌아보니 석두는 오설을 향해 손바닥을 옆으로 세워 보였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오직 이 사내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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